선박 수요 전망은 선주들의 의사결정
조선소는 선박 주문을 받아 선박을 건조하는 기업이다. 이런 조선소의 사업 전망을 결정 짓는 것은 조선소가 아닌 조선소에 선박 주문을 맡기는 선주들이다. 선주들이 선박 주문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의 결정이 조선산업 수요의 미래를 결정한다. 조선소는 선주들이 주문을 늘릴 때 성장기를 맞이하고 반대로 주문이 급감하면 쇠퇴기를 맞이하는 수동적인 입장이다.
선주들이 선박 주문을 하기 위해서는 물동량 흐름을 분석해 미리 화주와 용선계약을 맺어야 하고 선박 금융을 일으켜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조선소의 선박 주문 계약은 선주들의 수고로움이 해결된 이후 결정되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절차로 볼 수 있다.
조선소는 조선업의 미래를 모른다
조선소에서 목소리가 높아질 때는 단 한번, 수주잔고가 늘어나 있을 때이다. 하지만 이 때는 선주들이 선박 주문을 줄이려는 시기가 되므로 조선소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된다.
지난해 4월 한국조선해양 최고 경영자가 “조선산업은 수퍼 싸이클에 진입”했다고 평가하자 마자 선박 발주량은 급감했다. 조선소 최고 경영자 역시 조선업 전망을 알지 못하며 조선소가 조선업의 미래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대선조선의 워크아웃, Wärtsilä의 가스 솔루션 매각도 선주들의 수요
지난달 대선조선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신규 수주는 중국에 대부분 빼앗긴 대선조선의 수주잔고는 내년이면 바닥을 보일 예정이다. Wärtsilä 에서는 LNG/메탄올 연료 공급장치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대선조선의 수주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과 Wärtsilä의 사업부 매각은 결국 선주들의 움직임에 따른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선주들이 대선조선을 선택하지않고 친환경 연료 공급보다는 스크러버 장치를 선호하는 것이 조선소와 선박 엔지니어링 기업의 미래를 결정해주고 있다.
조선소에서 수퍼 싸이클을 강조한 지난해 4월 이후 선박 발주량이 급감한 것도 선주들의 의사 결정의 결과이다.